中서 EREV로 나란히 승부…AAM은 ‘직접 개발·동맹’ 엇갈린 전략
2028년 공장 로봇 투입 본격화…車 넘어 신사업서 성장동력 모색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사진 : 각 사/편집 : 생성형AI>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사진 : 각 사/편집 : 생성형AI>

[인사이트코리아 = 김동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의 미래 먹거리 경쟁이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로 맞붙고 하늘에서는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공장에서는 로봇으로 승부를 벌인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회장의 선택지가 잇달아 겹치면서 자동차를 넘어 ‘다음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승부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현대차·토요타, 세계 1위 시장 중국서 EREV 충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의 미래 먹거리 경쟁이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자료 : 각 사 및 업계/편집 : 생성형 AI>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의 미래 먹거리 경쟁이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자료 : 각 사 및 업계/편집 : 생성형 AI>

가장 먼저 맞붙을 무대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이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HEV)에 이어 두 회사가 충돌하게 될 분야는 EREV다. EREV는 전기모터로 바퀴를 굴린다는 점에서 전기차와 같다. 대신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탑재된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해 전기를 만들어 주행거리를 늘린다. 엔진이 필요에 따라 직접 바퀴를 구동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지난 2024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북미와 중국을 겨냥한 EREV 전략을 처음 공개했다. 올해 말 두 지역에서 양산을 시작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C세그먼트 플랫폼을 활용하고 연간 3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달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도 중국 EREV 전략을 재확인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공개한 중국 전략형 전기차 아이오닉 V에 이어 내년 신규 EV와 EREV를 투입해 현지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 회장도 EREV에 대한 기대감을 직접 드러냈다. 그는 지난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V90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하이브리드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쪽은 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서 EREV 쪽을 많이 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하이브리드차 강자로 꼽히는 토요타도 같은 시기, 같은 시장에서 EREV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이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Electrek) 등 외신에 따르면 토요타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EREV 생산에 나선다. 첫해 약 20만대, 2028년 약 40만대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라면 현대차와 토요타가 중국 EREV 시장에 동시에 뛰어드는 셈이다.

하늘에서도 만났다…슈퍼널 ‘직접 개발’·토요타 ‘조비 동맹’

슈퍼널이 CES 2024에서 공개한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S-A2 실물 모형(왼쪽)과 토요타와 조비 에비에이션의 전기수직이착륙기.<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및 토요타/편집 : 생성형AI>
슈퍼널이 CES 2024에서 공개한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S-A2 실물 모형(왼쪽)과 토요타와 조비 에비에이션의 전기수직이착륙기.<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및 토요타/편집 : 생성형AI>

두 회장의 시선은 땅에만 머물지 않는다. 하늘길도 공통으로 점찍은 미래 먹거리다. 목적지는 같지만 전략은 다르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산하 슈퍼널을 앞세워 직접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개발 역량을 확보하는 길을 택했다면 아키오 회장은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과 손잡고 토요타의 강점인 제조 경쟁력을 결합하는 방법을 택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미국에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전문법인 슈퍼널을 설립 후 기체 개발을 이어왔다. 지난 5월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AAM 기체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외부 협력도 강화했다. 슈퍼널과 KAI가 기체를 공동 개발하고 현대차·기아 항공파워트레인사업부가 개발 중인 항공용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상용화에도 힘을 모으는 구조다. 공급망과 인증,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토요타의 선택은 동맹군이다. 2020년부터 조비에 투자하며 생산 공정과 제조 기술을 지원해온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양산 준비를 위한 합작법인까지 세웠다. 지분은 토요타가 51%, 조비가 49%다. 조비가 eVTOL 기술과 기체 개발을 맡고 토요타가 자동차 산업에서 축적한 생산방식과 양산 노하우를 더하는 구조다.

비슷한 시기 AAM 사업과 투자를 시작해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지만 선택한 길은 달랐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을 중심으로 외부 협력을 확대했고 토요타는 전문기업에 투자하며 자사의 제조 경쟁력을 결합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2028년 공장 로봇 동시 투입…BD ‘아틀라스’ vs 토요타 ‘엘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왼쪽)와 토요타의 엘리.<사진 : 보스턴 다이내믹스 및 토요타 홈페이지 갈무리/편집 : 생성형AI>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왼쪽)와 토요타의 엘리.<사진 : 보스턴 다이내믹스 및 토요타 홈페이지 갈무리/편집 : 생성형AI>

두 회사의 미래 전략은 다시 자동차 공장에서 만난다. 이번에는 로봇이다. 공교롭게도 현대차그룹과 토요타 모두 2028년을 제조 현장의 로봇 활용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시점으로 잡았다.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이 두 회사의 로봇 기술과 제조 혁신을 겨루는 새로운 무대로 떠오르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선봉장은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다. 2028년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부품을 조립 순서에 맞게 준비하고 배열하는 서열 작업부터 맡긴다. 2030년에는 부품 조립 등 한층 복잡한 공정으로 영역을 넓힌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계를 갖추고 향후 수년간 현대차·기아 글로벌 생산시설에 아틀라스 2만5000대를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준비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6월 시범운영을 시작한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HMGMA 내부에 있는 이 시설은 실제 생산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아틀라스에 작업을 가르치는 일종의 ‘로봇 학교’다. 내년에는 별도 부지를 확보해 현재의 약 10배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토요타 역시 2028년부터 생산 현장의 로봇 도입을 대폭 확대한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토요타도 2028년부터 글로벌 생산 현장에 로봇을 도입한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토요타는 신차 투입과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 기존 공장을 고도화하고 최대 40만대 규모의 로봇을 단계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본사 공장에 약 15만대의 로봇을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간 약 1조엔(약 8조61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 세계 60개 생산시설에 25만대를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로봇은 토요타가 자체 개발한 인간형 로봇 ‘엘리(ELEY)’다. 무게 약 50㎏으로 두 팔을 갖췄지만 다리 대신 바퀴로 이동한다. 작업자의 동작을 학습해 부품을 옮기거나 원단을 접는 작업 등을 수행할 수 있다. 토요타는 한 생산 현장에서 축적한 작업 데이터를 다른 공장의 로봇과 공유해 숙련공의 노하우를 글로벌 생산시설로 확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과 토요타가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배경으로 자동차 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한계를 꼽는다. 기존 자동차 사업만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보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접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동차만으로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도 사업 영역을 넓힐 수밖에 없다”며 “AAM이나 드론, 로보틱스 등은 자동차와 기반 기술이나 부품 측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아 기존 역량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기 좋은 분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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